벤처 스타트업 아카데미 해커톤 대상 후기 - 전지적 기획자 시점
해커톤이 일주일 정도 전이었으니, 정리하기에는 최적에 시점일 것 같아 빈 강의실에 앉아서 후기를 작성해본다.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그만큼 발표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던 해커톤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어찌되었든, 전체적인 진행과 대상 수상까지 이어지게 된 후기를 시간에 따라 정리해보겠다.
대회 전
우선 대회 참여가 확정된상태에서,벤처스타트업아카데미를 주관하는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하 코스포)에서 이메일이 왔다.
안내서는 Notion으로 작성되어있었고, 대회 설명과 행사 위치, 시간 등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들어온 내용은 두가지였다.
1. 주제는 대회 당일 공개됩니다. 주제와 관련된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주세요.
일단, 주제가 당일 공개였다. 미리 주제가 공개된 줄 알았는데 당일 공개라고 해서 기획자(겸 디자이너)인 나는 당일에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두번째는,
1차 발표는 100초로 진행됩니다.
이 말은 곧, 1차 발표 100초를 잘 완료하지 못하면 추후 7분짜리 2차 발표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저렇게 짧은 시간이라면 결국 기획만 보고 2차에 개발을 보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되는 내용이었다.
1일차
그렇게 해커톤 첫 날이 시작되었다.
첫 날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1일차 일정
접수 및 등록
써 있는 대로 12시 30분에 입장을 하는데, 굿즈를 정말 많이 줬다.
지금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부분 하루 밤을 샌다는 것을 가정하고 굿즈들의 종류를 셀렉한 것 같았다. 센스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쨌든 입장을 했는데, 생각보다 옆 팀과의 거리가 있지 않았다. 물론 이틀 동안 이로 인해 피해보거나 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헉 했던 부분이었다.
주제 발표 및 아이스브레이킹
그렇게 대망의 두 개의 주제가 발표되었다.
트랙 A . 이커머스 스타트업인 a사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 시 폭발적인 사용자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
트랙 B. 게임 플랫폼 스타트업인 a사가 사용자에게 적합한 게임을 추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 구현
솔직히 말해서, 크게 당황했다.
이제까지 많은 대회와 공모전에 나가봤지만 생각보다 너무 자세한 주제에 우리 팀 모두 약간의 뇌정지가 온 상태였다.
그래서 이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Crazy 8s를 진행했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일단 강제로 브레인 스토밍을 열 수 있는 방
법을 생각한 것이다.
다들 열심히 생각해 주었지만, 그렇게 모두 좋은 생각은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사실 주제 선정에 있어 큰 문제는 지금 보았을 때 이러한 것들이다.
- 트랙 A의 주제를 '개발자 시각'에서 보았다.
- 트랙 B의 주제는 '추천 구현'이라는 시각에 갇히게 되었다.
여기서 난 트랙 A를 아예 주제 선정 배경에서 제외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 중 하나였다.
해커톤은 어찌되었든 개발자 대회이고, 나도 개발쪽으로 많이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트랙 A의 주제를 백엔드 개발 부분의 주요한 아이디어적 변화라는 생각에 갇혀있었다.
그럴 수 밖에 또 없었던 것이, 행사의 주요한 두 후원사가 메가존 클라우드와 카카오 게임즈였다. 누가봐도 트랙 A는 메가존 클라우드, 트랙 B는 카카오 게임즈에서 올린 주제가 아닌가.
그래도, 다른 생각을 가지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생각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머리에 스치듯 든 생각이었는데, 유튜브에서 이커머스 스타트업 사장님들을 본 기억을 통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블랙프라이데이에 폭증하는 물류량 또한 문제이니, 택배 보내기 전 패키징을 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결국,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노트북 웹캠을 이용한 패키징 자동화 프로그램
어쨌든 이렇게 주제를 정하고, 바로 기획과 디자인을 시작했다.
팀별 활동
시간아 많이 없는 상황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획과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동안, 같은 팀원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을 알려주고 해당 부분에 대한 러프한 구현을 요청하였다.
디자인은... 내가 해서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어찌저찌하여 총 두개의 Flow로 기획할 수 있었다.
일단, 해당 기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송장번호와 상품 번호를 이해해야 하고, 업무 단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고용주: 송장번호와 상품번호를 입력하고, 업무를 생성한 뒤, 고용한 '크루'에게 줄 작업 URL을 전달할 수 있는 대시보드 형태의 웹사이트
크루: 웹캠을 이용해 송장 QR을 찍고, 패키징을 진행한 뒤 다음 송장 QR을 찍도록 자동화된 웹사이트
이것이 주요한 Feature였고, 해당 부분을 모두 기획을 완료한 뒤 개발자분들에게 드디어 토스를 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
그러다 보니 식사시간이 되었다. 사실, 식사시간을 제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으로는 보쌈 도시락이 나왔다.
급하게 맛있게 먹느라 사진도 찍지 못한건 비밀이다.
어쨌든 저녁은 진짜 엄청나게 훌륭했고, 진짜진짜 맛있었다.
사실, 전체적으로 간식도 무한 리필이고, 음료도 무제한으로 나와서 전체적으로 먹고 개발만 하라는 주최측의 큰 뜻이 느껴졌다.
그런데 저녁식사 이후에 또 한 5시간 정도 지났을 때 또 한방 백숙이랑 로제 떡볶이까지 주는 걸 보고 먹고 개발만 하라는 주최측의 더 큰 뜻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이제 먹기도 다 먹었으니, 다시 일을 할 시간이었다.
개발자들 개발할 때 기획자는 무얼하는가
사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다.
하지만 해커톤 상황에서는 당연히, 발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벤처 스타트업 아이디어 해커톤의 경우, 총 27팀이 나왔기 때문에 한 팀당 10분씩만 발표와 질의응답을 한다고 해도 270분 + a 라는 말도 안되는 발표시간이 생긴다.
따라서, 100초간 1차 발표를 하고, 그 후에 10팀을 선발하여 2차 발표를 진행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1차 발표: 100초간 참가한 모든 팀(27팀)이 발표한다.
2차 발표: 7분간 선발된 팀(10팀)이 발표하고, 나머지 3분간 심사위원이 질문한다.
그래서, 7분 발표보다 100초 발표가 더 중요해졌다.
나는 누구보다 발표를 잘 해야한다고 다짐하면서 figma로 발표자료를 제작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중간 중간 또다른 이벤트들이 있었다.
철권대회...?
중간에 철권 대회가 있었다. 나는 개발자님의 추천으로 철권을 하겠다고 갔고, 바로 떨어졌다...
중요한건 피곤하고 졸린 와중에 재미있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 와중에 엄청 잘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던 것 같아서 더욱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2일차가 시작되었다.
2일차
2일차 일정
2일차의 일정은 위와 같았다.
주요한 건 결국 발표일 것이다. 이날 오전 5시부터 100초 발표를 연습하였고, 팀원들에게 보여주며 피드백도 받아가며 발표의 품질이 올라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100초 발표
원래, 나는 100초 발표 자료와 7분 발표 자료를 각각 두고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밖에 생각을 안하고 있던 것이, 어떻게 100초 발표와 7분 발표에 같은 자료로 발표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제출 1시간 전, 갑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의 발표자료로 두 개의 발표를 모두 진행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100초 발표에서 많은 사람들의 표를 받아야 넘어갈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7분 발표까지 모두 준비해둔 상황이었기에 매우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결국, 100초 발표 자료로 7분 발표를 진행하자라는 생각으로 100초 발표 완성도 높이기에 돌입했다.
100초 발표는 쉽지 않았다.
나름 발표나 말하기에 자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00초는 확실하게 시간의 압박이 강하게 찾아왔고, 중간에 흐름을 놓치는 등 실수가 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게다가, 2차 발표를 할 수 있는 인원은 다른 팀원들이 투표하시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되는 부분들도 분명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결과 나올때 걱정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결과는...
우리팀 이름인 당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7분 발표
7분 발표는 거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시작되었다.
우리 팀은 6번째로 발표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7분 발표 같은 경우에는 훨씬 여유도 있고, 하고자 하는 말도 더욱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0초 발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나 스스로도 깔끔하게 대답을 하였고, 심사위원 분들의 질문도 잘 답변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발표 후 자리로 돌아오면서 느낀 점은, 짧은 발표에 내가 약하다는 것과 조금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대상은... 당돌!
마지막까지 우리 팀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우리끼리 "혹시 못타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결과는 대상이었다!
상을 받고 보니 들었던 생각은, 오히려 100초, 7분 발표가 조금더 해커톤의 명목에 맞는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100초 발표는 기획을 보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7분 발표에서 조금 더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기획적인 부분 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 또한 좋은 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떤 것 같다.
혹자는 해커톤이 기획이 전부인 아이디어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상이 아닌 대상을 우리팀이 탔다는 것은 우리팀이 모든 개발을 완료하고 배포까지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한번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눈 앞에 보여지도록 밤새도록(말 그대로) 노력해주신 개발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하다.
총 정리
전체적으로 정말 많은 것을 얻고, 기획자로써도 많은 생각을 하게된 행사였다.
특히, 기획자로써는 큰 인사이트를 받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제까지의 기획자로써의 나는 기술적인 부분을 어떤 아이디어로 가지고 올 수 있을지가 조금 더 관심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고, 거기에 기술이 더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행사이지 않나 싶다.
많은 부분에서 앞으로의 아이디어 기획이나 생각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줄 해커온이었다고 생각한다.